
여성영화인모임이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함께 한국 장르영화사 속 여성 창작자의 흐름과 성취를 재조명하는 특별기획전 ‘여성 감독 장르영화 11’을 선보인다. 이번 기획전은 ‘미술관 옆 동물원’(1998)부터 ‘소리도 없이’(2020)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두드러진 발자취를 남긴 한국 여성 감독의 장르영화 11편으로 구성되었다.
BIFAN은 이 중 5편을 영화제 기간 중 상영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기획전과 연계해 여성 감독과 여성 서사가 한국 장르영화에 남긴 의미 있는 성취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포럼을 오는 7월 5일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은 BIFAN이 30주년을 맞아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아시아 장르영화 99’ 및 ‘한국 장르영화 33’과 연계하여 기획되었다. BIFAN은 올해부터 3년간 매년 33편씩 총 99편의 아시아 장르영화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 30년간 한국 장르영화는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지만, 여성 감독의 역할과 성취는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않았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 산업에 등장한 여성 감독의 비율은 2025년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영화에서 처음으로 16.1%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이에 여성영화인모임은 BIFAN에 여성 감독과 여성 서사의 흐름을 자세히 분석하고자 이번 기획전을 제안했고, 이를 바탕으로 특별기획전과 포럼이 성사되었다.
이번 기획전은 여성 감독의 작품을 모아 소개하는 평면적인 자리가 아닐 것이다. 남성 중심의 장르 문법과 서사 구조를 어떻게 변주하고 확장했는지를 살펴보는 무대가 될 예정이다. 한국영화가 답습한 남성 중심의 장르적 관성과 클리셰를 여성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새로운 전환점도 기대된다.
작품 선정에는 BIFAN의 김영우, 김형석 프로그래머와 여성영화인모임의 김선아 대표가 참여했다. 김형석 프로그래머는 높은 평가를 받은 방은진 감독의 ‘오로라 공주’와 김미정 감독의 ‘궁녀’를 언급하며 여성 감독 장르영화의 중요한 분기점이 마련되었다고 설명했다. 김선아 대표는 기존 여성 감독들이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인정을 받았다면 이후 호러와 스릴러 장르에서도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흐름을 개척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작품들은 한국 장르영화의 흐름과 시대적 변화를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이정향 감독의 ‘미술관 옆 동물원’,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김한결 감독의 ‘가장 보통의 연애’, 변영주 감독의 ‘화차’, 이언희 감독의 ‘미씽: 사라진 여자’ 등이 있다. 작품 선정은 장르영화제인 BIFAN의 특성에 따라 상업 장르영화에 집중되고 있지만, 독립영화 현장에서 활동해온 여성 감독들의 작품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로맨틱 코미디부터 스릴러, 코미디,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가 매력적으로 조합되어 있다. 이정향 감독의 ‘미술관 옆 동물원’과 노덕 감독의 ‘연애의 온도’, 김한결 감독의 ‘가장 보통의 연애’는 각각 다른 매력으로 사랑과 관계의 미묘한 균열을 그려냈다. 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은 도발적인 여성 감독의 데뷔작으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작품 선정에 대한 격론 끝에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가 선정되었으며, 노덕 감독의 ‘연애의 온도’와 홍의정 감독의 ‘소리도 없이’는 여성 감독이 일궈낸 장르영화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선정위원들은 영화가 남성 중심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경향에 대한 아쉬움도 피력하면서, 상업 영화 현장에서 더 다양한 장르와 여성 서사가 평범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획전에서 선정된 11편은 한국 장르영화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재조명하는 훌륭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여성영화인모임은 “장르영화가 한국 영화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역사는 남성 창작자와 남성 중심 서사를 중심으로 서술돼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획전을 통해 여성 감독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인물과 감각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한국 장르영화사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선정된 11편 중 일부 작품은 2026년 7월 2일부터 7월 12일까지 부천시 일대에서 열리는 제30회 영화제 기간 중 상영될 예정이다. 아울러 7월 5일에는 여성영화인모임과 BIFAN이 공동으로 포럼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자리에서는 여성 창작자들이 한국 장르영화에서 얻은 성취와 극복해야 할 한계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